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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14

'너'라는 의미 삶은 익숙하지만 죽음은 낯설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듯, 삶에는 언제나 죽음이 따라다닌다. 누구도 스스로의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면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느낀다. 그때 비로소 죽음을 깊게 생각하게 된다. 없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 만날 수 없다는 것. 한때 영원할 것 같았던 빛나는 삶은 밀려든 파도가 바위를 만나 찬란한 햇빛을 품으며 허공 속으로 부서지듯 준비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TV 리모컨을 돌리던 중, 한 채널에서 멈췄다. 그리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VR 기술로 세상을 떠난 이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실제 목소리를 입히고, 실제로 존재하는 추억의 장소를 가상현실로 배경으로 .. 2023. 2. 10.
직원을 너무 닥달하지 마세요. "무능한 직원의 탄생과 필패 신드롬에 관하여 " 무능한 직원의 탄생과 필패 신드롬에 관하여 이건 오래 전의 일이다. 출근하자마자 새로 부임한 우리 부서의 장은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어 모았다. 보통 아침은 업무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바쁘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들 늬엇늬엇 걸어왔다. 편의상 부서장을 J라고 부르겠다. J는 준비해온 노트를 펼치더니, 화이트보드에 수성 매직으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20:80이라고 적었다. 이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지만, 정적이 흘렀다.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또 한바탕 설교를 해댈 것임에 뻔했다. 마크 트웨인도 사형수에게 20분 이상 설교를 하면 구원받기를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나. 여하튼 빠르게 요약하자면, 20:80은 파레토의 법칙으로 일컬어지는데, 희한하게도 자연현상이든 인간사회의 모습이든 20:.. 2023. 2. 9.
윤정희와 이창동 감독의 <시> 윤정희를 추모하며, 얼마 전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배우 윤정희가 세상을 떠났다. 내 부모의 세대에서는, 그녀는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한 배우였다. 10년 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개봉했을 때, 예술영화라는 이유로 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밀양 여고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한 여학생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그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는 바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의 손자였다. 할머니는 시를 평생 한번도 써 본일이 없지만 시를 짓는 것이 작은 바람인 순수한 문학소녀였다. 할머니는 이혼한 딸의 자식을 홀로 맡아서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중풍을 앓는 노인의 목욕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알.. 2023. 1. 30.
위대한 복서 김득구 얼마 전 방송 프로그램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김득구 선수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온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비슷한 또래 아이들에게 책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던 그는 우연히 세계적인 무대에서 타이틀전을 치르고 있는 우리나라 복서의 모습을 생중계로 만나게 된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국위 선양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가난한 김득구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했던 동아체육관에 다니면서 관장과 코치의 눈에 들에 되었다. 그는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챔피언, 동양챔피언으로 승승장구했고, 마침내 세계챔피언과의 결전만이 남아있었다. WBA 라이트급 챔피언인 레이 '붐붐' 맨시니와 미국.. 2023. 1. 29.
센치함이 불현듯 찾아올 때 모처럼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데 기분이 묘하네요. 작년부터 저는 힘든 한 해를 견디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어려운 일이 생겨서 가끔씩 기운이 빠질 때가 있더군요. 살면서 기쁜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는 게 당연지사지만, 막상 닥치면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누군가 힘든 사정을 이야기하면 솔직히 듣기 싫을 때가 많잖아요. 그 우울한 감정이 내게 옮겨오는 것 같아서 외면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뭐, 마음먹기에 달렸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운동을 해라 등 이런저런 조언으로 쉽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아마도 상대는 이런 이야기에 큰 공감을 못했을 듯하네요. 상대의 마음을 백 프로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어쩌면 침묵이 백 마디 말보다 낫고, 토닥임이 그 어떤 위로보다 나을 수 있는.. 2023. 1. 14.
나의 새해 소원 티스토리는 저에겐 놀이터 같은 공간인데요. 조증에 가까운 이 관심이 언제 사그라들진 모르겠지만, 티스토리 진입한 지 일주일 째인 저에겐 여전히 신세계이네요. 구독자수와 방문자수는 제가 사실 발품을 팔아서 품앗이하듯 올렸지만, 언젠가는 검색을 통해서 한 명 두 명 올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글 검색에는 여전히 안되고, 콘텐츠를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올려야 할지 고민스러워지긴 합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그간 직장 생활을 해서 모은 돈을 한방에 다 날렸습니다. 망하는 테크트리 과정을 커리큘럼대로 잘 따른 모범생이었죠. (주식, 해외선물, 코인선물, 빚투) 결국 과다한 레버리지와 빚, 리스크 관리 실패로 빚만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기차 안입니다. 다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 2023. 1. 7.
브런치에서 티스토리 이사? 아니 두 집 살림! 브런치는 내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플랫폼이기에 애착이 크다. 몇 해전 글쓰기를 시작하고 얼마 뒤 다음 메인에 게시글 중 하나가 걸려, 조회수가 무려 2만으로 폭등한 적이 있었다. 뽕 맞은 것처럼 취했던 기억이 있어서랄까 유난히 애착이 가는 플랫폼이다. 광고가 없이 오로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를 멈췄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것이다. 브런치 작가들은 승인을 받고 글쓰기를 할 수 있어서 나름 진입장벽이 있고 글의 퀄리티가 타 플랫폼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구독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작가들은 저마다의 노하우와 더불어 글쓰기에 재능이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 나의 경우는 그다지 글쓰기의 재능이 있는 편도 아니었고, 글이 재미있지도 않아 어.. 2023. 1. 5.
(시답잖은 나의 Brunch essay series) "나는 3년 차 백수다" 그래도 아직은 행복하다 지금 나는 백수다.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이렇게 이야기 하나. 물론 처음부터 백수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2년 전에 10년 동안 일한 회사를 그만뒀다. 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냐고 하겠지만, 10년 동안 버틴 것도 장한 일이었다. 처음 입사 합격 통지를 받고 신입직원 연수를 시작한 첫날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이런 내가 10년 동안 눈물 질질 짜면서 견뎌낸 것도 대견한 일이다. 사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다. 실제로 만성적인 질환이 생겨서 이렇게 일하다가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내 안에 있었다. 성격은 자라면서 바뀐다고들 하지만, 나는 늘 일관되게 사회 부적응자였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자면,.. 2023. 1. 2.
(시답잖은 나의 Brunch essay series)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 이별의 순간 '너를 만나 행복했다'라고 청소하던 중 책장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앨범을 찾았다. 책머리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고, 물티슈로 조심스레 닦아냈다. 이 앨범은 이십 년 전부터 새로운 사진으로 채워지지 않은 채, 늘 그 자리에 화석처럼 꽂혀있었다. 호기심에 첫 장을 넘기자, 나는 마법처럼 과거의 어느 날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갔다. 앨범 속 사진은 화질이 흐릿했고 색깔마저 누렇게 변했지만, 기억의 심연 아래 조용히 묻혀있던 그날들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때의 풍경, 냄새, 주변의 소음, 생각까지도. 사진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 시간의 강을 따라 너무 멀리 떠나왔다는 생각과 함께 그 여정에서 멀미가 날 듯한 너울과 가파른 협곡을 만나 이리저리 부딪혔던 .. 2023. 1. 2.
(시답잖은 나의 Brunch essay series) "퇴사를 하기 전 심리" 어려웠던 첫 직장에서의 퇴사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에 대하여 궁금하신 분이 많은 것 같다. 만약 첫 직장이라면 퇴사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나도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첫 직장을 퇴사한 사람으로서 내가 겪은 심리에 관하여 이제부터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두려움과 처음 마주하게 된다. 일을 하다가 화나도 바로 사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두려움 때문일 거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둘 때 자신이 연산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총동원했듯이, 나 역시 머릿속으로 퇴사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한 번에 상상했다. 머리 나쁜 내가 알파고처럼 정확한 계산을 해낼 일은 만무했고, 이내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아파 .. 2023. 1. 2.
(시답잖은 나의 Brunch essay series) "아날로그 감성의 이유" 세상의 모든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그리고 그것들에 속한 나 어린 시절 놀거리 중의 하나가 연탄 싸움이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성장의 시기를 지나던 터라 가정에서의 난방 연료로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변하는 과정에 있었지만, 여전히 도심 변두리나 낙후된 동네에서는 연탄을 사용했다.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동네는 공장이 밀집해 있었고, 뒤로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연탄을 때는 집이 많아서 아침이 되면 불쏘시개로 하얗게 변한 연탄을 집어 문 밖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나는 쌓아놓은 연탄을 발로 차 허물어뜨리고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연탄 몇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동네 아이들을 모아 연탄 싸움을 제안했다. 나는 온몸이 연탄재로 뒤덮였고, 나를 집중적으로 맞춘 아이에게 복수하기 .. 2023. 1. 2.
(시답잖은 나의 Brunch essay series) " 열등감아. 고마워 - 우리를 늘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했던 불편한 감정 " “우린 아직 미생이야!” ‘미생’은 바둑에서 아직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미완의 바둑알을 말한다. 드라마 ‘미생’ 속 등장하는 이 대사는 늘 불안하고 불완전한 우리의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2014년도에 방영된 이 드리마는 직장인들에게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열광시켰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나였다. 바둑 기사가 되지 못한 장그래가 상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들어가 겪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여느 직장에서 있을 법한 인물들과 사건들, 디테일한 배경은 몰입감을 높였다. 많은 회사원들이 직장 경험이 없던 장그래의 모습에 입사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고 한다. 젊은 회사원들은 스스로를 장그래라고 여겼고, 심지어 그들로부터 꼰대 소리를 듣는 부장..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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