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데 기분이 묘하네요. 작년부터 저는 힘든 한 해를 견디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어려운 일이 생겨서 가끔씩 기운이 빠질 때가 있더군요. 살면서 기쁜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는 게 당연지사지만, 막상 닥치면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누군가 힘든 사정을 이야기하면 솔직히 듣기 싫을 때가 많잖아요. 그 우울한 감정이 내게 옮겨오는 것 같아서 외면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뭐, 마음먹기에 달렸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운동을 해라 등 이런저런 조언으로 쉽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아마도 상대는 이런 이야기에 큰 공감을 못했을 듯하네요. 상대의 마음을 백 프로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어쩌면 침묵이 백 마디 말보다 낫고, 토닥임이 그 어떤 위로보다 나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신이 인간에게는 감당하지 못할 고난은 주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견디기 힘든 일도 결국엔 견뎌내잖아요. 앞 만 보며 달리던 우리 삶에 브레이크를 잠깐 걸어서 잠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는 신의 뜻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엔 비가 오면 교통체증, 꿉꿉하고 찝찝한 공기, 뭐 이런 것만 생각했는데, 센치할 땐 먼 하늘의 먹구름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가로수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파리를 살펴보기도 하죠.
오늘은 특히나 센치해지는 것 같아요. 이 일기장 같은 글이 블로그에 어울리지는 않아서 발행 버튼을 누를지 고민스럽게 하는데요. 그래서 센치함이 커지고 커질 때 제가 듣는 노래 몇 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특히 가슴에 와닿는 가사가 좋더라고요.
故김종현 님이 작사작곡을 한 곡이죠. 평소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혼자서 견뎌내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아마도 스스로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를 가사로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유 님과 이선균 님의 연기가 돋보이는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입니다. 제목이 ’ 어른‘인데요. 이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네요.
(이 노래를 부르신 분은 손디아란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손민경 님이신데요. 다양한 ost에 참여하셨습니다. 음색에 너무 좋으시네요. )
들국화의 전인권 님이 원곡자인데요. 복면가왕에서 최장기 가왕을 한 하현우님(우리동네음악대장)이 경연에서 불렀죠. 가사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심연에 있는 슬픔을 담담히 가사로 그려내요.
센치할 때는 센치하게 있으면 됩니다. 굳이 기분을 밝게 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네요. 센치함을 즐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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