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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데이트장소·관광지 소개

크로아티아 로비니, 무작정 떠난 배낭여행

by 콩장수 202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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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예전에 브런치에 올린 글인데, 조금 다듬어서 다시 티스토리에 게시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크로아티아 로비니를 방문했던 시기는 지금으부터 약 10년 전 무렵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에 슬슬 슬럼프가 찾아왔던 시기라,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했고, 휴가를 받아서 계획 없이 다녀왔습니다. 애초에 크로아티아는 제 여행지 목록에는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당시 이탈리아 나폴리로 IN을 해서 밀라노에서 OUT을 하는 10일 정도의 코스를 짰고,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에 방문했을 때, 우연찮게 버스를 타고 계획 없이 다녀온 곳이어서 오히려 더 기억에 선명하게 납니다. 크로아티아는 길쭉하게 생긴 나라인데, 크로아티아의 유명 여행지인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는 남쪽에 위치해 있어 이곳까지는 못 갔지요. 이탈리아 여행 중에 잠깐 들리게 된 도시라 바로 로비니(Rovij)라는 밖에 못 갔지만, 오히려 저에겐 더 큰 감동으로 남아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크로아티아로 간 경로 소개를 잠깐 설명드리면요. 베네치아에서 크로아티아行 버스를 탑니다. 목적지는 크로아티아 풀라(Pula)입니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살짝 위에 있는 로비니에 갔습니다. 아래 빨간색 선으로 표시한 코스가 바로 그것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크로아티아 풀라로 가기 위해서는 슬로베니아 국경을 살짝 거쳐서 가는데요. 버스 안에서 여권 검사를 합니다. ㅎㅎ 가는 도중에 슬로베니아도 차창 밖으로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냥 어디론가 훌쩍 가고 싶었다.  짐을 쌌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회사와 집을 오가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갔고, 어느 날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거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 홀로 있고 싶었다. 모든 것을 리셋(reset)하고 싶었다. 그리곤 계획 없이 무작정 나폴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낯선 땅에 내렸고, 이름 모를 이방인이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자유로웠다. 기차를 타고 나폴리에서 로마, 베네치아로 이동했다.

로비니(Rovinj)로 가는 길 베네치아에서 크로아티아의 작은 도시인 로비니에 가기 위해서는 한 정류장에서 크로아티아행 버스를 타야 했는 데, 버스 정류장엔 표지판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예정된 시간에 버스가 도착하지도 않았다. 혼자 이곳을 지키고 있던 내게 누군가 다가왔다.  이곳이 정류장이 맞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던 아르헨티나인 커플이 있었다. 덕분에 함께 기다리며 불안을 조금 덜 수 있었고, 마침내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 지나서 버스가 도착했다. (이후 크로아티아 풀라에서 다시 로비니로 가는 버스를 탔다. )
 

나와 함께 황량한 버스정류장에서 불안에 떨며 기다렸던 아르헨티나 커플
 

 
 
 파스텔 그림 같은 마을, 로비니(Rovinj)
 
로비니는 묘했다. 고즈넉하고 신비로웠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방인은 오직 나 혼자였다. 비가 잠깐 왔다가 개여서 반짝반짝 빛나던 거리, 파스텔톤 바다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 유유히 하늘을 자유롭게 거닐던 갈매기 때. 모든 것이 몽환적이었다.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온 곳이라 그냥 걸었다.  

 
 
 
 
 
 

 
인근 카페에 들아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지도 앱을 켜고 방향을 보아가며 찾아갔다. 근처에 도착했지만, 주변 건물에서는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 한참을 빙글빙글 돌았다. 결국 지나가는 주민분에게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소 처량해 보였는지 길을 동행해서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도 나처럼 한참을 헤맸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숙소의 실제 위치는 지도 앱과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고, 다행히 그들은 현지 핸드폰이 있었기에 숙소 직원과 통화로 숙소를 찾아낸 것이다. 하마터면 길거리에서 노숙할 뻔했는데, 뜻밖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 분들 이렇게 친절해도 되는 건가? 나는  연신 감사하다고 했고, 그들은 뭐 이 정도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쿨하게 퇴장했다.

동행을 하며 길 찾기에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그들
 

 
숙소에 도착하니, 안심이 되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느라 다리가 아팠다. 짐을 정리하고, 가벼워진 몸으로 밖을 산책했다.

거리는 조용했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길을 거닐었다. 반짝이는 예쁜 거리였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피할 곳이 없어 인근 건물 처마 아래로 숨었다.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서있는 곳 바로 옆, 작은 나무문이 갑자기 열렸다.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나를 쳐다보더니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곳은 할아버지의 화방이었다.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려서 판다고 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여기 있으라면서 이내 보드카를 한잔 마시라고 주었다. 따뜻했다.

화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비를 피해 들어간 화방
 

 
비가 그치고, 화방의 친절한 화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해안 산책길을 걸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꼭대기에 있는 유페미아 성당에 이르게 된다. 한 발짝 다가갈수록 지친 순례자의 마음을 위로하듯 편안하게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아드리아해는 하늘과 맞닿아 있었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아무런 말도, 어떠한 생각 따위도 할 수 없었다.

아드리아해와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유페미아 성당
 
 

 
 :) 다시 제가 쓴 글을 읽어보니 감정과잉이 심하네요 ㅎㅎ 이게 정말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지만 당시 제가 어떤 정신상태를 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가네요 ㅎㅎ 로비니는 제가 만든 출판사 이름으로 정할 만큼, 애착이 가는데요. 가만 생각해 보면 내 마음에 따스함을 가져다준 건 로비니의 예쁜 풍광보다 그곳에서 제가 받은 뜻밖의 호의 덕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부족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네요. 저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지난 발행글에도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을지 모르니, 시간이 되신다면 함께 읽어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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