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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는 책 (소개 및 감상문)

학대받는 아이들의 잔혹동화 <그들이 사라진 뒤에>

by 콩장수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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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새로 들어온 책 코너에서 예쁜 하드커버의 책을 꺼내 들었다. ' 그들의 사라진 뒤에'라는 제목을 붙인 조수경 작가의 장편소설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무섭게 빠져들었고, 마지막 장을 닫은 뒤에는 묵직한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다.

이 소설은 메마른 어른들의 세계를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잔혹동화이다. 어른에게 학대를 받는 아이, 무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 슬픔, 외로움 그리고 한편으로 따스한 사랑을 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갓난쟁이를 물건처럼 취급하는 남자에게서 자란 ‘아이’, 새엄마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언니의 죽음마저 목격한 ‘유나’, 그리고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요미’. 이 아이들이 목격한 어른들의 세계는 무책임하고 가식적이고 방관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랄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남자, 김 씨, 오 씨 등으로 지칭되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외면당한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지키는 것.

다행히도 이러한 잔혹동화 속에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려는 어른이 있었다.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트마우마를 간직한 신 씨와 의로운 경찰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오 씨. 이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초반에는 다소 수동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후반부에 이르면 이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를 찾아 나서면서 이름을 얻게 된다. 신수연과 오영준.

책의 끝에는 작가의 말이 나온다. 어느 아동 살해사건을 접하고 아동학대를 소재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기사 속에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소설로 옮겼다. 어떤 아이들에겐 가장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집이,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끔찍한 아동 사육장인 지하실만큼이나 무서운 곳이 되기도 한다는 것.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관심한 어른들의 모습에 나는 부끄러워졌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아이들의 조용한 외침은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라고 불리는 어떤 어른은 되려 아이들을 탓한다. 아이의 성격이 문제라던가, 소심한 아이의 태도를 탓한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전한다. 
 
가장 여린 생명들이 보호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끊이지 않는 아픈 뉴스들에 가슴이 자주 무너져 내리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마음을 보태는 이들이 있어 다시 단단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주변을 돌아본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기다림이 길지 않기를, 우리 어른들이 소설 속 '김 모 씨'나 '최 모 씨'가 아니라 '신수연'과 '오영준'이기를 바랍니다.   
 
- 조수경  - 






부족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네요. 더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지난 발행글에도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을지 모르니, 시간이 되신다면 함께 읽어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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