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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 & 에세이

(나의 시답잖은 essay) 영화 같은 삶을 살다 간 모딜리아니

by 콩장수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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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그들의 절절한 사랑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은 배 위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의 사 랑을 다룬다. 그들은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 짧은 사랑을 했지만, 홀로 살아남은 여자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그 시간에 멈춰있었다. 약혼자가 있었던 여자, 신분의 장벽이 있었던 가난한 썸남.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었다. 어릴 적 한 번쯤 멜로 영화나 연애 소설 속 비극의 주인공이 된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비극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낭만은 사라진다. 나이가 들면서 우린 비극을 한 번씩 맞닥뜨려왔다. 그것은 누군가의 비극을 가슴으로 받아들일게 한다.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마주하기 싫은 짧은 인생 을 산, 영화보다 더 아름답고 아픈 이야기를 간직한 화가. 그 까닭에 그의 작품에는 슬프면서 아름다운 서사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Portrait of a Man with Hat (Jose Pacheco) / 1915 / oil , canvas / 65 X 54
Woman's Head / 1915 / oil , canvas / Museum Ludwig, Cologne, Germany

위의 그림은 그가 남긴 작품이다. 길쭉한 얼굴에 눈동자가 없는 사람. 뭔가 기괴한 느낌이다. 눈동자가 없으면 사람의 생각을 읽지를 못하고, 어떤 이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 묘한 그림은 궁금증을 남긴다. 이 작품의 화가는 바로 모딜리아니이다. 그는 한때 술과 마약에 찌든 풍운아였지만, 그를 둘러싼 이야기 안에서는 애틋한 사랑을 한 주인공이 었다.

Amedeo Modigliani, Photo made for the identification in Nice, dated 1918

모딜리아니는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며, 방탕한 생활을 했었다. 어느 날 그의 눈을 멀게 한 운명과도 같은 한 연인을 만나게 된다. 몽파르나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열아홉의 잔 느 에뷔테른느. 그녀는 지인이 소개해 준 19살의 화가 지망생이었다.

Jeanne Hébuterne (1898-1920)


그녀를 처음 본 모딜리아니의 우아한 모습과 예쁜 미소를 보며 한눈에 반하게 되었고 그녀를 향해 쑥스러운 고백을 한다. 모딜리아니는 많은 여자들을 사귀어 봤다지만 잔느 에뷔테른느에게서 지금까지 만난 여성에게 서 찾을 수 없었던 순수한 매력을 느꼈다. 잔느도 준수하고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모딜리아니에게 흠뻑 빠졌다. 그들은 연인이 되었다. 그들은 지중해 연안의 코트다쥐르에서 꿈같은 동거를 시작했고, 그들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며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난한 현실은 그들을 갈라놓 게 된다. 추운 겨울에 난로를 때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다. 결국 잔느는 친정에 딸과 함께 가게 된다. 그렇지만 잔느의 친정에서는 딸 잔느는 받아들였지만 모딜리아니는 애초부터 탐탁지 여기지 않았던 터라 받아주지 않았다. 마약쟁이에 가난한 모딜리아니는 잔느의 부모 입장에서는 재앙이었고, 결혼 전부터 이들의 교제를 반대했었기 까닭이다. 그렇게 떨어져 살게 된 이들 부부는 서로를 그리워했다. 가끔 그리움에 사무친 모딜리아니는 그녀를 보려고 때때로 그녀의 친정집으로 찾아가지만, 잔느의 부모는 그들의 만남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모딜리아니는 무겁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Self-portrait, 1919, oil on canvas, Museum of Contemporary Art, São Paulo, Brazil

그렇게 모딜리아니는 추운 방에 홀로 남아 그림을 그렸다. 평소 병약했던 그는 결국 결핵에 걸려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딜리아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잔느는 다음날 창문에서 뛰어내 렸다. 그를 혼자 남겨둔 자책감이 그녀를 괴롭힐 것으로 짐작한다. 강렬한 스토리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죽음마저도 이들의 서로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었던 것 같 다. 그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모딜리아니에 평소 그리는 인물화에는 눈동자가 없었던 것에 반해 잔느의 초상화에는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모딜리아니는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상대의 영혼을 알게 되었을 때 눈동자를 그리겠노라 말한 적이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상대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일까

Portrait de Jeanne Hébuterne

누군가를 표현한려면 세심한 관찰이 있어야 한다. 눈, 코, 입, 얼굴,머리카락 등 생김새를 묘사를 넘어 한 인간의 내면까지 담을 수 있을 수 있을까? 당시 예술가들은 사실 그대로의 외양적인 묘사보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모딜리아니는 그들과 조금 달랐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인상주의나 표현주의와 달리, 독자적인 화풍으로 본다)모딜리아니가 눈동자가 없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이유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지 못하면 그것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군가를 완벽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탐구해 본들 과연 인간은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나는 그가 사물의 본질을 표현했다고 주장하는 예술가이기보다는 인간의 얕은 지성으로 그 본질은 알 수 없다는 겸손함을 간직한 예술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훗날 발견된 모딜리아니의 모친 일기장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있었 다고 한다.

“이 어린아이의 영혼 속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잠자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예술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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