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브런치에 2020.1.19 발행한 글입니다. 현재 시황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는 세상을 마비시켰지만 반대로 시장의 돈은 넘쳐나게 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추락하던 증시는 크게 올라서 이젠 도리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 모르게 되었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돈을 한탕 크게 벌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들고,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맥없이 추락하는 증시를 보며 입을 틀어막고 망연자실 보고 있다가, 또 껑충껑충 단숨에 올라오는 증시를 보니 투자금액이 더 많았으면 좋으련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렇게 널뛰기하던 증시에서 내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르고 내리는 걸 보고 있자니 노동을 통한 돈벌이가 하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 강원랜드를 놀러 갔던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천 원, 이천 원 칩을 사서 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베팅하는 칩의 가격이 커졌다. 무엇에 씐 듯 나는 천 원짜리 칩에서 어느덧 십만 원짜리 칩을 구입해 도박을 하고 있었다. 웃음기가 사라졌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새벽시간인데도 눈이 초롱초롱했다. 다들 충혈된 눈과 심각한 표정을 한채 집중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의 눈에는 같은 모습일 것이다. 꽤 많은 돈을 잃고 나니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무기력했고 우울했다. 돈의 노예가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일까.
강원랜드에서의 좋지 않았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나 같은 주식 초보가 짧은 시간 안에 돈을 한탕 벌어보겠다고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테마주와 급등주를 찾아 헤매는 순간, 나의 생각은 마비가 되고 시야는 어두워졌다. 나는 돈을 들고 직진하며 불나방처럼 뛰어들었고 , 순식간에 돈은 불타 재가 되었다. 허망했다. 주식투자 그 자체는 도박은 아니나, 주식으로 짧은 시간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마음은 도박이나 진배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유동성은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면서 우리의 마음도 들었다 놨다 했다.
고백컨데, 나는 요 근래 주식투자에 빠졌다. MTS를 켜놓고 하루 종일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분단위의 봉차트로 바꾸고, 순간 체결량을 빨려 들어갈 것처럼 바라보았다. 엄청난 매도 물량이 줄을 이어 던져지면 나는 입을 틀어막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공포에 매도 버튼을 누르면, 그제야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올라가곤 했다. 단타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야심 차게 뛰어들었으나 나 같은 초보 주린이가 알아서는 안 되는 세상이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하루 종일 긴장된 마음으로 분단위로 일희일비하다 보니, 장이 마감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거렸다.
처음에는 운 좋게 꽤 많은 수익을 얻었다. 그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났고, 해외 주식에 나중에는 해외 선물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나의 일상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내 멘털이 견디지 못할 정도의 투자금액을 넣고, 매일 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인베스팅 어플을 깔고 매일 해외 증시와 선물 지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고, 올랐다 내렸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차트를 보며 내 포지션이 맞는 방향으로 움직이길 기도했다. 한 날은 미국 주식에서 단타를 하겠다고 최근 수소 트럭으로 유명해진 신규 상장사 주식을 꽤 샀다. 일분봉으로 천천히 상승하는 예쁜 차트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나는 여기에 올랐다. 계속해서 올라갔다.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매도 버튼을 누르려고 준비하는 찰나, 누군가 먼저 매도 버튼을 누르면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다 팔아치웠다. 주가는 몇 초 만에 폭포수 같은 장대 음봉을 만들며 수직 낙하했고, 그 순간 나는 얼음이 되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불과 몇 초만에 눈 앞에서 엄청난 손실액이 눈 앞에 펼쳐지니 한 대 쥐어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고, 나 같은 주린이가 무서움도 모르고 뛰어든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나의 자신감은 산산 조각났다. 증시에 훤한 베테랑 투자자 사이에 끼어든 나는 좋은 먹잇감이었고, 거짓 움직임에 잘 속아 넘어갔다. 그리고 시장은 내가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장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프게 깨달았다.
그러면서 나만의 투자에 대한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보았다. 뻔한 이야기지만, 나 같은 주린이들은 대부분 늦게 깨닫는다.
1. 내 멘털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금액으로만 할 것
2. 투자금액을 정해서 수익이 생기면 그만큼만 익절 하여 투자금액을 고정시킬 것.
3. 초단위, 분단위 단타는 하지 말 것. 멘털이 너덜너덜해진다.
4.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피할 것.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5. 관심기업에 대한 분석을 하고 중, 장기투자로 접근할 것. 정신 건강에 이롭다.
6. 빠른 원금 회복 또는 더 큰 수익 달성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금액으로 리스크가 큰 종목에 투자하면 단 한 번의 실수로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모두 무너진다
7. 현금은 무조건 가지고 있을 것. 주가가 하락하면 물 탈 수 있는 총알이 충분해야 한다. 그 현금을 이용해서 분할 매수할 것. 물타기든 불타기든.
8. 목표한 주가가 나오면 과감히 튀어나올 것. 더 올라가도 할 수 없다. 내가 먹을 몫은 거기까지인 거다.
9. 아닌 종목은 손절은 과감히 할 것. 평생 물리는 경우가 생긴다
10. 큰 욕심을 버릴 것
인간의 최대 적은 탐욕과 손실에 대한 고통이다. 수익의 달콤함이든 손실로 인한 고통이든 이것은 판단력이 흐리게 한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규칙을 정해서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어야 한다. 인간은 손실에 큰 고통을 느끼기에 손절하는 것이 어렵고, 더 큰 욕심을 바라기에 익절 하는 것도 어렵다. 손절을 못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익절을 못하면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해야 한다.
짧은 주식 경험이었지만, 매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우습게도 하루 울고 웃는 나 같은 사람보다 주식에 쿨하게 돈을 묻어놓고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큰돈을 벌더라. 값비싼 경험이었다. 주식은 달콤해 보이지만 무서운 거다. 크게 잃어보면 주식시장의 살벌함에 손이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https://brunch.co.kr/@leehongwon/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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