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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시답잖은 나의 Brunch essay) "그의 꿈을 깨뜨리는 충고 -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by 콩장수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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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찰스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찾는다. 찰스는 대형마트에서 카트 수거와 같은 잡무를 하는 단기간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일하는 날도 일정하지 않아 인력 운용을 담당하는 실장이 연락을 하면 그나마 일주일에 두어 번 일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료 직원들의 불만으로 퇴사를 권고받은 상태였다.

 

찰스는 얼마 전 여동생의 남편, 매제에게서 따끔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매제는 일정한 직업이 없던 찰스에게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라고 했다. 찰스 자신도 늘 마음속에 안정된 직업을 꿈꾸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터라 매제의 말은 더욱 아프게 다가왔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찰스가 자신의 꿈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신의 꿈은 작곡을 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튜버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찰스는 한때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고, 국비교육으로 디자인을 조금 배운 적이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살려서 직업을 삼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찰스에겐 약간의 장애가 있다. 찰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찰스는 어릴 적에 아주 총명한 아이였다고 한다. 한 날 찰스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했다.  찰스는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졌지만, 그것은 오히려 이 사회에서 어리석음 정도로 비췄다. 찰스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많이 서툴고, 그의 행동도 로봇처럼 다소 뻣뻣했다. 겉으로 보기에 크지 않은 경계에 위치한 장애로 사회의 배려 대상도 아니었다.

 

솔직히 찰스의 꿈은 비현실적이다. 적어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말이다. 우리의 세상에서 찰스는 너무나 약하디 약한 존재였다. 찰스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 찰스는 오랫동안 삽질을 하다가 결국 그 한계를 깨닫고 머지않아 포기하게 될 것이 뻔했다. 어떤 말을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찰스가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찰스야. 네가 생각하고 있는 일은 그냥 취미로 남겨두렴. 그걸로 돈을 못 벌어. 식품공장 같은 곳에 취업하는 거는 어떠니? 지금 일하는 곳보다 월급도 많던데. ”

 

찰스는 풀이 죽었다. 그건 자기가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가르치는 일이나 디자인, 음악 뭐 이런 걸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결국 화내듯 말했다.

 

“깨끗하고 머리 쓰는 일만 하고 싶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반 이상이 우리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인데,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그 똑똑한 사람들 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만든 음악? 디자인? 몇 년 동안 음악 한답시고 만들어놓은 곡도 없잖아. 서점 가서 잡지책 한번 봐. 그 정도 퀄리티로 만들 수 있니? 네가 만든 것은 시장에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고, 돈 주고 구입하려는 사람도 없어. 누구를 가르친다고? 세상 사람 대부분이 우리보다 똑똑한 사람들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쳐. 그냥 사람 만나는 일 없이 반복적으로 똑같은 일 하는 게 너한테 맞아."

 

어느 순간 나는 찰스가 가진 착각을 깨뜨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젊은 시절 나는 반골 정신으로 똘똘 뭉친 아이였다. 세상이 강조하는 경쟁논리가 듣기 거북했다. 대학생 무렵엔 취업 성공이나 공모전 수상을 위해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학우들을 한심하게 보았다. 비싼 돈 내고 대학에 와서 기껏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다니. 그렇게 세상의 자본주의 논리에 강한 거부감으로  애써 밀어내려고 했다.

 

경영학 수업시간이었다. 경영학 책의 첫 장부터 나와 삐걱거렸다.  경영학이 등장하기 전,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잘 부려먹을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했던 프레더릭 테일러를 배울 때부터였다. 각 노동자의 생산량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수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거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이 논리는 미국 자국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이끌고 거대 기업으로 탄생시킨 포드사의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라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노동자들은 표준화된 단순한 동작만으로 한 제품을 뚝딱 만들어냈다. 한 라인의 노동자가 차체에 바퀴를 끼워 넣으면, 다음 라인에서는 페인트칠만 죽어라 한다. 공장이라는 거대한 기계를 돌리기 위하여 인간은 공장을 구성하는 한낱 톱니바퀴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생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도태를 의미했다. 인간의 가치가 생산성 따위로 평가되는 것이 싫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였지만, 우습게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 젊은 날 삐딱하게 보았던 자본주의 논리가 결국 인간의 오랜 본능인 탐욕과 가장 잘 맞물려있으며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취업시장에서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을 겪다 보니 어쩌면 이 무한 경쟁도 가장 공평한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취업에 성공한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스스로를 경쟁력이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취업시장에서 그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승리해 그 시스템의 수혜를 받는 입장이라 내 태도가 바뀐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후에도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땐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소위 '무능한'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한 나는 그 사람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가장 공평하다고 여겼던 무한 경쟁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 경쟁은 동일한 출발선에서 같은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달리기 경기를 한다면 공평하다.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그 우열이 극명하게 드러나거나,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면 공평하지 않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찰스야. 넌 아직은 배려받지 못하니, 그래도 입에 풀칠을 하려면 네가 그나마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일 거다. '

 

마음속에 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찰스에게 그가 사회적 약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찰스는 자신이 사회적 약자인 것조차 모르고,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를 만큼 순진무구했다.

 

찰스는 최근 식당 주방보조를 구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그날 면접을 보고 밤 12까지 연락을 주기로 했다는데, 아직 식당 주인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의기소침해진 찰스에게 원래 취업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거 모르냐고, 최소한 100군데 이상 지원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동생 찰스가 100번의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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